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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의 글은 어떨까, 그것도 천문학자라면.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네이버도우미 2021. 9. 4. 16:42

으레 공부 좀 꽤 한다는 사람들을 보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특히나 공부에 좀 더 매진한 교수, 학자, 박사 등이 내게 그렇다. 그리고 그런 말이 주는 무언의 이미지가 있다. 조금의 딱딱함이랄까? 물론, 이것은 개인적인 편견이지만, 근거에 따라서 딱 주요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쓴 글이라면 어떨까? 조심스레 떠올려 보지만, 그 떠올림 속에서도 딱딱함이 떠오른다.

위에서 말한 편견이란 말을 편견으로 바꿔준 글을 2020년 3월 '주간 문학동네'를 통해서였다.

사실 힘든 시절 걷다 밤하늘을 뚫어져라 쳐다 본 적은 있지만, 그 바라봄 속에 떠 있는 하얀 점 같은 것이 별이라는 건 알지만, 그것에 대해 큰 의미를 둔 적은 없다. 사는 것은 너무 힘들고 바쁘니까. 하지만, 그것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이 있다니. 그런 사람을 천문학자로 부른다니, 그런 사람이 쓴 글이라니. 하지만, 학자니까. 에세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딱딱하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읽기 시작하면서, 나의 편견은 머릿속에서 점점 부서지고 잘게 잘려 나갔다. 그리고 빨리, 하지만 안전하게 연재가 마무리 되어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다렸다.

그리고 이렇게 예쁜 표지로 찰떡같이 나왔다.

편견이 깨진 이유는 간단했다. 재밌었기 때문이다. 에세이를 좋아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즐겨 읽진 않았는데, 어쩌면 평생 마주할 일 없는 이의 삶의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에세이라는 장르의 매력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느꼈다. (솔직히 고백하는데, 천문학자의 책이라고 해서 책 내내 별, 우주, 행성 등에 이야기만 할 것 같았다)

국내 천문학계는 대단히 좁은데, 천문학의 범위는 천문학적으로 넓어서 관심을 줄 대상이 너무 많다.

그리고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는 것은 외롭지만 아주 흥미로운 일이다.

_심채경,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천문학의 범위는 천문학적'이라는 말이 너무 와 닿았다. 너무 당연한 글이지만, 나는 이 부분을 읽고 글을 정말 잘 쓰시겠다고 생각했으니까.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도중에 그만두지 못했던 것은 떠날 용기가 없어서였다. 그러나 남은 채 버텨내는 데도 역시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떠난 이들은 남지 못한 게 아니라 남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고, 남은 이들은 떠나지 못한 게 아니라 떠나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었다. 이제는 안다. 어느 쪽을 선택했든 묵묵히 그 길을 걸으면 된다는 것을. 파도에 이겨도 보고 져도 보는 경험이 나를 노력한 뱃사람으로 만들어주리라는 것을.

_심채경,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는 천문학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알게 됐다. 앞으로 하늘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것에 대해 대답해 줄 친구가 하나 생긴 기분이다. 책을 읽는 즐거움. 그건 내가 모르는 세계를 책을 통해 알고 성큼 다가가게끔 만드는 것이 책의 재미이고 에세이라는 장르의 매력이다.

연인과 함께 저 별을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을 말해 본 사람. 지쳐 밤하늘을 올려다본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는 것이 아니니까. 별은 우리가 보는 것이니까.

+ 더하기

책이라는 것은 선물하기가 은근히 까다로운 물건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각자의 독서 취향이 있고, 독서에 취미가 없는 사람은 책 좀 읽으라는 뜻이냐며 발끈하기 때문이다.

_심채경,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천문학자도 책을 선물하는 데 이렇게 고민한다. 참, 인간적이다.

아! 하지만, 그것이 천문학자를 위한 교재가 아니었길 바랐지만, 교재를 선물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니 웃음이 터졌다. 책을 좋아하고 선물하기 좋아하는 나로써 상상하며 즐거웠고 또 웃음 포인트였다 :